리알화 폭락, 물가는 치솟고
지난 28일,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핵합의 당시 3만2천 리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로 폭락한 셈이죠. 이 같은 상황에 책임을 지고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했습니다. 그의 취임 당시인 2022년 환율은 달러당 43만 리알이었는데, 불과 3년 만에 3배 이상 뛴 겁니다.
물가도 덩달아 치솟았습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2% 상승했고, 식료품 가격은 무려 72%, 건강·의료 품목도 50%나 올랐습니다. 초인플레이션의 징후로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수준이죠. 서방의 경제 제재와 핵합의 협상 교착, 가뭄으로 인한 단수와 에너지 부족 등 복합적인 위기가 겹치면서 경제난이 심화된 것입니다. 여기에 내년 3월부터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민심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3년 만의 대규모 시위, 상인들이 앞장
이런 경제적 고통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 29일 거리로 나섰습니다. 테헤란의 상업 지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이스파한, 시라즈, 마슈하드 등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특히 전자제품 상점 주인들이 먼저 나서며 상인들이 시위의 선봉에 섰는데요. 이번 시위는 2022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꼽힙니다.
시위대는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함께다”, “정부는 환율 시장에 개입하라”, “투명한 경제 전략을 내놓아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물가 변동으로 판매가 마비된 상인들과 생필품 가격 급등에 허덕이는 일반 시민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겁니다.
당국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일부 시위대를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규모가 커지며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핵심 세력이었던 상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대화하자”… 해결책은?
시위가 확산되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그는 SNS를 통해 “정부가 통화·은행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내무부 장관에게 시위대 대표와 대화해 정당한 요구를 청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경제팀도 긴급 회의를 열어 통화, 무역, 공공복지 정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지속되고 있고, 핵협상도 교착 상태입니다. 가뭄으로 댐이 말라 단수와 단전이 이어지고 있어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죠.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화 제안이 시위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시위대의 요구가 단순한 대화를 넘어 경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 정부가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