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을 향한 반도체 '전격전'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 라고 지시한 이후, 정부는 2029년까지 팹을 1차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인 2030년 6월과 맞닿아 있어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는데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히려 2029년조차 늦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했습니다.
광주 군공항 부지가 클러스터 입지로 확정된 배경은 단순합니다. 약 300만 평에 달하는 평탄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토지 수용 문제가 없으며 전력과 용수를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정부는 부지 인도와 동시에 건축에 들어갈 수 있도록 모든 행정 절차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남광주시 역시 인프라 구축 TF를 꾸려 전력과 용수, 인재, 교통 등 분야별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군공항과 송전망이 풀어야 할 숙제
2029년 완공이라는 야심 찬 목표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인데요. 이 대통령은 2028년 중순까지 기능을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했지만, 대체 예정지인 무안 지역의 반발이 거세고 미군과의 협의도 쉽지 않습니다. 국방부 내부에서는 최소 3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어 정부의 시간표와 차이가 있습니다. 광주 군공항이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보 공백 없는 이전 계획은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입니다.
전력망 문제도 심각합니다. 반도체 팹 1기에 통상 1.5에서 2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올해 상반기 전국 출력제어량의 절반 이상이 호남권에서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신장성변전소 연계 등을 통해 1단계 전력 공급 시점을 2029년 말에서 2028년 말로 1년 앞당기기로 했지만, 한빛원전에서 광주까지 이어지는 송전망 신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용수 역시 하루 65만 톤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광주 시민의 하루 생활용수 규모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용인과의 균형 속에서 본 광주의 미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과 인허가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용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곳이라 기반 시설 구축이 늦어지면 전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용인의 전력 공급을 2041년까지 완료하고 완공 시점도 기존보다 크게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두 지역 간 자원 배분은 민감한 쟁점입니다.
인력 확보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정부는 R&D 인력을 위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인데, 노동계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광주 공장의 숙련 인력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이 22개월 만에 완공된 것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가능했던 사례입니다.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광주가 2029년이라는 시한을 맞추려면 정치적 속도전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