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표가 안 잡히더라'의 정체
예매 오픈과 동시에 1초 만에 매진되는 콘서트 티켓, 추석을 앞두고 잡히지 않는 기차표 뒤에는 상당수가 매크로 암표상의 손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 3일부터 6개월간 진행한 '민생물가 교란범죄 특별단속'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매매 126건을 적발하고 157명을 검거했는데요. 이 가운데 2명이 구속됐고, 약 20억 원 규모의 범죄수익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집중단속(21건·26명)과 비교해 건수와 인원이 모두 약 6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매크로를 이용한 대량 예매와 암표 판매는 국민의 공정한 구매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며 범죄수익 추적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콘서트·프로야구·KTX까지, 8년간 24억 벌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콘서트 등 공연이 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야구 등 스포츠가 50건, 기차표가 8건이 뒤를 이었는데요. 공연과 스포츠가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대중문화·스포츠 현장이 암표의 주된 무대였음을 보여줍니다. 검거자의 77.1%가 20·30대로, 젊은 층이 거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수법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예매를 자동 반복하고, 직접링크로 대기 시간을 건너뛰어 좌석을 즉시 선택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경기북부청은 매크로와 타인의 계정을 이용해 콘서트 티켓을 대량 선점한 뒤 8년간 24억 원어치를 재판매한 전문 암표상을 구속했고, 법원은 범죄수익 약 12억 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결정했습니다. 울산에서도 11개월간 8억 원어치를 되팔아 구속된 사례가, 서울·경기남부에서는 1년 7개월 동안 KTX·SRT 승차권 4천 매 이상을 재판매한 암표상이 적발됐습니다.
법이 바뀌고, 단속은 계속된다
배경에는 제도적 변화도 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암표 처벌 범위가 확대됐고, 과징금·이익몰수·포상금 규정이 새로 신설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SNS에서 암표 거래를 "정당한 관람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며 부당 수익 환수 방침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예매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과 범행 수법을 예매처·철도운영사·카드사에 통보해 개선을 요청했고, 문체부 지정 신고기관과 협력해 매크로 탐지·차단 정보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단속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지며, 전문 암표상과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판매자도 집중 조사 대상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이라 열차 승차권 암표 거래에 대한 대응도 강화될 전망입니다. 다만 예매 시스템 보안과 플랫폼 자율규제 없이는 단속만으로 근절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제도와 기술이 함께 따라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