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응급실 뺑뺑이로 숨진 고교생, 드러난 의료 시스템의 깊은 균열

문네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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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19일 오후 11:01

발행: 2025년 11월 18일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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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경련 증세로 쓰러진 고등학생이 8개 병원의 잇따른 수용 거부로 1시간 동안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은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초기 대응에서 추락 사실과 외상이 누락되고,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한 병원들의 거절이 겹치면서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의료계 내 '방어 진료' 문화 확산과 지역 간 의료 격차 등 구조적 문제가 이번 비극의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응급실을 찾지 못한 1시간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련 증세로 쓰러졌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오전 6시 17분, 신고를 받고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는 데만 1시간 가까이 소요되었습니다. 8개 병원이 잇따라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동안 학생은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악화되었고, 결국 병원 도착 5분 만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누락된 정보와 오판된 진단

사건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초기 대응 과정에서 놓친 중요한 정보들입니다. 신고 당시 학생의 추락 사실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고, 옷에 가려진 꼬리뼈 부위의 큰 외상도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경련 증상만을 보고 간질 환자로 판단, 소아신경과가 있는 병원 위주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이런 정보 누락이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의료계의 딜레마와 '방어 진료'

병원들의 잇따른 거절 배경에는 복잡한 의료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응급 상황에서 기본적인 ABC(기도 확보, 호흡 보조, 순환 유지) 조치조차 해주지 않은 것은 생명 윤리를 저버린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의정부백병원 양성관 과장은 "경련 치료에는 다양한 전문의의 협진이 필요하지만, 이를 완벽히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합니다. 2023년 서울고법이 응급 수술 후 사망한 신생아 사건에서 의사에게 10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방어 진료' 문화가 확산되면서, 위중한 환자 수용에 대한 의료진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과 한계

부산시와 응급의료센터장들은 지난해 2월 '심정지 환자 발생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은 반드시 환자를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환자 수용 여부는 의료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새로운 시스템이 오히려 구급차가 병원 앞에 줄서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번 비극은 단순히 한 학생의 죽음을 넘어 우리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 간,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의료 격차가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 앞에서,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는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