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무산, 판결로 향하는 손배소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9-2부가 권경애 변호사에게 유족 측에 약정금 9천만 원과 지연손해금, 위자료 6천5백만 원의 지연손해금 163만여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권 변호사와 피해 유족 측은 각각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 권고를 거부했습니다. 양측이 모두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건은 정식 판결 절차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를 대리해 가해자 부모와 교육청,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일부 청구가 인용됐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던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권 변호사가 세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민사소송법상 '항소취하 간주'가 적용돼 이 씨는 결국 항소심에서 전부 패소하는 결과를 겪었습니다.
'노쇼'에서 비롯된 두 번째 상처
권 변호사는 패소한 사실을 약 5개월 동안 이 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 사이 상고 기한까지 놓쳐 1심에서 인정됐던 가해자 부모의 책임마저 뒤집혔습니다. 뒤늦게 사실을 알린 뒤 9천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했지만, 이후 '언론 기사화 금지를 전제로 한 약속이었다'는 취지로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이기철 씨는 2024년 6월 권 변호사와 소속 법인을 상대로 약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위자료 6천5백만 원의 지급 책임은 인정했지만, 약정금 부분은 권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했습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합의 조건을 서면에 분명히 기재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각서에 '언론 보도 금지' 같은 지급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약정금 지급 의무가 유효할 수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형사 책임까지 번지는 법적 공방
재판부는 화해 무산에 따라 다음 변론기일인 8월 19일 정식 판결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가 1심에서 주요 손해배상 청구를 누락하고, 승소 가능성이 낮은 항소심 수임료를 받은 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며, 사기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입니다.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취지와 원인을 변경해 청구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번 판결은 개인 간의 손해배상에 그치지 않고, 소송을 수임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지는 직업적 책임의 범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