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크로스 찍은 다카이치 내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내각 지지율이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는데요.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57%,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58%를 기록했고, 마이니치신문에서는 41%까지 내려앉아 부정 평가가 처음으로 지지율을 앞섰습니다.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겁니다. 특히 무당층 지지율은 16%포인트나 급락하며 비지지율에 역전되기도 했는데요. 대형 비리나 경제 실정 없이 이런 급락이 나온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연히 정권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성 천황 배제가 불러온 역풍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는 황실전범 개정안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왕실에서 이탈했던 구황족 가문의 남성 후손들이 양자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는데, 이들은 나루히토 일왕과 36촌에서 38촌에 달하는 매우 먼 친척입니다. 반면 직계 적통인 아이코 공주는 계승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죠.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여성 천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답할 정도로 개방적인 인식이 높은데, 정작 법안은 남성 중심 계승만을 고수했습니다. 이런 괴리감이 국민적 공분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운 Y염색체론과 아소 다로 부총재의 남성 입양론이 반영된 결과인데, 여성 황족은 왕실에 남아 일하되 정작 권력은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모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장기화된 고물가에 대한 정부 대응도 71%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특정 지역을 위한 맞춤형이라는 논란까지 제기된 제2수도 법안도 여론 악화에 한몫했습니다.
왕실 개정 뒤에 숨은 정치적 계산
이번 황실전범 개정에는 단순한 계승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나루히토 일왕과 아이코 공주는 비핵 3원칙을 포함한 강한 반전 성향을 보여왔는데, 반면 후미히토 친왕 계열은 자민당과 가까우며 재무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결국 정책에 제동을 걸지 않을 왕실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만약 일본이 비핵 3원칙을 폐기하고 재무장이나 전술핵 도입을 추진할 경우,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상당한 파장이 일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군사적 긴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다카이치 총리가 민심의 추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