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만남의 시작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11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두 정상은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민생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APEC 정상회의 폐막일인 1일, 양국 정상은 의장대 사열과 선물 증정 등 국빈 방문에 걸맞은 예우 속에서 만났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경주 특산품인 '황남빵'을 선물하며 첫 만남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는데요, 이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읽힙니다.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
양국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와 반도체·AI 분야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한한령 해제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논의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시 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APEC 본회의에서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한배를 타야 한다"는 비유를 통해 다자주의와 역내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됩니다. 내년 중국 선전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한반도 안보 현안의 복잡성
비핵화 문제를 놓고는 상당한 입장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지만, 중국 측의 반응은 신중했습니다.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 의제에 비핵화가 포함된 것에 대해 '개꿈'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반발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서해 무단 구조물 설치 문제도 논의됐습니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한국 측은 군사적 목적 가능성을 우려하며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민감한 안보 현안들은 양국 간 외교적 해법 모색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향후 관계 전망과 과제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의 '균형·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자리였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여전히 첩첩산중입니다. 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은 만큼,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도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APEC '경주 선언' 채택 여부는 미중 간 입장 차이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자유무역 관련 표현이 어떻게 담길지가 향후 한중 관계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내년 선전 APEC에서 제시할 아태 지역 발전 비전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