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 기부의 의미, 한 개인의 나눔이 남긴 교훈

서스네팝
12개의 관련 기사

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5일 오전 9:18

발행: 2025년 12월 15일 오전 3:16

요약 생성중...

87세 유휘성 씨가 14년간 고려대에 누적 100억 원을 기부하며 ‘걸어 다니는 기부가’로 주목받았습니다. 전쟁 중 피란 생활과 어려운 학창 시절을 겪으며 배운 ‘반포지효’ 정신으로 꾸준한 나눔을 실천해왔죠. 그의 이야기와 함께 첫 월급 기부, 팬클럽 봉사, 유언대용신탁, 기업의 맞춤형 사회공헌 등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걸어서 전달한 100억 원의 마음

고려대학교에 누적 100억 원을 기부한 87세 유휘성 교우의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그는 2011년부터 14년간 매년 직접 학교를 찾아와 기부금을 전달해왔는데요,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하며 검소한 삶을 사는 모습 때문에 ‘걸어 다니는 기부가’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이번 12월, 자연계 캠퍼스 혁신 인프라 조성을 위한 6억 원을 추가로 기부하면서 그의 누적 기부액은 공식적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담아 꾸준히 실천해온 나눔의 기록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그의 기부 행보는 한 번에 큰 금액을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2011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서울 잠원동 아파트(약 23억 원 상당)를 기탁했고, 경영대 신경영관 건립, 인성장학기금, 의학발전기금 등 고려대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르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부금은 ‘자연계 중앙광장’ 프로젝트에 쓰여, 학생과 연구자들이 머물며 토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예정입니다. 유 교우는 "돈은 온기가 있을 때 나누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오래 머물며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의 상처와 배움에 대한 갚음

그가 이토록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나눔을 실천하는 배경에는 힘든 청년 시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충북 진천으로 피란을 가서 장날 좌판을 도우며 생계를 이어야 했죠.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1958년 고려대 상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학비를 스스로 벌어가며 공부했던 경험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갚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마음으로 기부를 설명합니다. 어미 새가 새끼를 키우면, 그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 새를 돌본다는 뜻의 고사성어에서 착안한 것이죠.

당연히 그의 삶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까지 걸어오는 모습은, 단순히 검소함을 넘어 실천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그의 기부가 "자연계 혁신 캠퍼스 구축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한 개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대학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 줄기 빛이 아닌, 별빛이 된 다양한 기부

유휘성 교우의 이야기가 두드러지지만, 이번에 전해진 기부 소식은 그 한 가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에는 같은 80대인 김모 씨가 잠원동 아파트에 이어 추가로 100억 원을 기부하며 총 150억 원의 발전기금을 조성했습니다. KAIST에는 권준하 회장이 유언대용신탁 펀드 5억 원을 기부했고, ‘등산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라는 독특한 조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젊은 세대의 나눔도 눈에 띕니다. 강원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에 첫 월급 200만 원을 기부한 윤재영 씨의 경우, 스스로 받은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팬덤 문화 속에서도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밴드’는 쪽방촌 주민을 위한 도시락 나눔 봉사를 79회째 이어가며 누적 후원금 1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찬원 팬클럽 ‘엄마팬클럽’도 가수의 모교인 영남대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팬들이 주체가 된 기부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기부 문화와 지속 가능한 나눔

이러한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유언대용신탁이나 월급 일부 기부, 숏폼 공모전 상금 전액 기부 같은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시 세정과 직원들이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아 받은 상금 200만 원을 지역 사회에 기부한 사례처럼,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를 나누는 의미 있는 문화도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세분화되고 있죠. 코웨이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학습 교구를 직접 제작해 기부했고, 한국도미노피자는 의료 지원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한국맥도날드는 장기 입원 환아 가족을 위한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를 지원하며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부가 일회성 자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기부가 큰 금액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주시의 이동열 원장은 ‘한 걸음에 1원 기부’를 실천하며 3년간 1,200만 원을 모았고, S-OIL은 울산에서 시작된 ‘7,000원 기부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모인 정성이 모여 결국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유휘성 교우가 말한 ‘돈의 온기’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마음가짐과 지속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다양한 형태의 나눔이 이어질 때, 사회 전체의 온도는 분명히 올라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