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미뤄진 공공기관 이전, 지자체 유치전은 가속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9월로 거론되던 계획은 10~11월로 미뤄졌는데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금융권 노조의 거센 반발과 지방정부 의견 수렴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각 지자체들의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이전은 단순히 기관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지역 산업의 성장 동력을 창출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실리 유치
원주시는 가장 먼저 준비를 마쳤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구자열 시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2019년부터 유치 전략을 세우고 65개 기관을 대상으로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는데요. 혁신도시 내 약 11만㎡의 가용 공간을 확보하고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과 자녀 장학금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정주 여건 마련에 나섰습니다.
전북 역시 도민주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3대 거점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전주와 완주를 금융 및 자산운용 거점으로, 전북혁신도시와 익산을 농생명·바이오 중심으로, 새만금을 피지컬AI와 미래산업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농협중앙회를 전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지는데, 김희수 전북도의회 의장까지 나서서 농생명 기반과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남광주 지역도 나주, 해남, 북구 등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나주는 이미 16개 기관이 들어선 기반을 활용하고, 해남은 국가AI컴퓨팅센터를 무기로 내걸었습니다.
속도전의 그림자,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그러나 정부의 추진 과정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권 노조들이 이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요. 일부 노조 조사에서는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80%를 넘어 전문 인력의 대규모 이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1차 이전 당시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 낮은 가족 동반 이주율 등 미흡했던 성과도 이번 추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용산공원, 태릉CC, 과천 경마공원 등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과 맞물려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정책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연히 공공기관 이전 자체가 잘못된 방향은 아닙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다만 1차 때의 경험을 볼 때, 기관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전 기관이 지역 산업과 연계되고 정주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과가 나옵니다.
정부는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과 집중을 원칙으로 세웠지만, 속도보다는 설득과 공감대 형성에 무게를 둬야 할 시점입니다. 지자체들이 산업 연계형 유치 전략을 세우는 만큼, 중앙정부도 일방적인 배치가 아닌 지속 가능한 정주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