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1년, 상장사 절반 가까이 혜택 본다
정부가 도입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상장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올해 결산 기준으로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상장사의 비중이 무려 4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불과 1년 전인 2024년 결산 때는 24.2%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 포인트나 급증한 수치입니다. 이것은 세제 혜택이 기업의 배당 정책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로 읽힙니다. 제도 도입 첫해부터 절반 가까운 상장사가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당연히 이렇게 많은 기업이 참여하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분리과세의 세율이 기존 종합과세의 최고세율보다 낮기 때문인데요.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14%, 3억원까지는 2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대주주나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죠. 이 같은 인센티브가 작용하면서, 기업들은 대주주를 위한 배당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겁니다.
'우수형'과 '노력형', 기업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바로 '우수형'과 '노력형'인데요. '우수형'은 배당 성향, 즉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40% 이상인 기업을 말합니다. 분석 결과, 전체 분리과세 대상 기업 398곳 중 55%가 이 '우수형'에 해당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반면 '노력형'은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을 10% 이상 늘린 기업입니다. 이들은 전체의 36.2%를 차지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적자 기업이라도 전년보다 현금배당을 10% 이상 증가시키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은 제외됩니다. 이러한 기준은 단순히 이익이 많기만 한 기업이 아니라, 주주에게 꾸준히 배당을 늘리려는 의지가 있는 '노력하는' 기업도 포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상장사들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27%나 증가했음에도, 배당 성향은 오히려 24.9%에서 22.9%로 소폭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배당금 총액 자체는 16.4% 늘어난 51조원이 넘지만, 이익 증가폭에 비해서는 배당 증가폭이 작은 거죠. 이는 기업들이 번 돈을 모두 배당으로 돌리기보다, 일부는 사업 재투자나 내부에 유보하는 선택을 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금융권 선도한 배당 확대, 향후 과제는?
업종별로 뚜렷한 특징도 보입니다. 특히 금융 및 보험업종에서 분리과세 적용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았는데요.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을 확대하며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보험업계에선 상장 5개사 모두가 '우수형'이나 '노력형' 기준을 통과했고, 증권사도 대부분 혜택을 받을 자격이 되었습니다.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배당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 제도가 대주주의 배당 소득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주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소액주주보다는 지분이 많은 대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죠. 또한, 기업의 배당 확대가 단기적인 세제 혜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과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건입니다.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배당 성향이 낮아진 것은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부분입니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배당 확대가 기업 성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