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은 원유 공급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저녁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사우디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통화인데요.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습니다.
통화의 중심에는 중동전쟁이 남긴 상흔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사우디의 민간·경제 시설과 인명 피해에 깊은 위로를 전하고, 한국 정부의 강력한 연대 의지를 밝혔습니다. 전쟁이라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도 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이어왔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겁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역시 에너지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사우디가 한국에 원유를 최우선으로 공급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에너지 안보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30% 이상을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정부는 특사단을 사우디로 파견해 6월부터 연말까지 원유 2억 배럴 규모를 우선 배정받는 성과를 냈고, 같은 달 걸프협력회의 6개국 주한 대사들도 한국에 원유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설비 타격 여파로 사우디산 원유 비중은 5년 만에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약속과 실제 공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셈인데요. 이 대통령이 직접 감사를 표한 배경에도 이런 공급망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로
두 정상은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에너지와 방위,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호혜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공고히 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서로 편리한 시기에 직접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점도 주목됩니다. 전쟁 종식 이후의 재건과 경제 협력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힙니다. 결국 관건은 후속 대면 회담에서 어떤 실질적 성과를 끌어내느냐입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원유 공급선을 지키면서 협력의 폭을 넓히는 외교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