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벌인 3차 핵협상이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오만의 중재 아래 간접 회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기술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고, 다음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번 협상 결과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중동 정세 속에서 일단의 외교적 성과로 기록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상당합니다.
협상 테이블 위의 쟁점들
협상장에서는 예상대로 첨예한 입장 대립이 펼쳐졌습니다. 미국 측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완전한 해체와 남아있는 농축 우라늄의 미국 인도를 요구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또한 2015년 합의(JCPOA)에 포함됐던 '일몰 조항'을 배제한 영구적인 핵 합의를 주장하며, 이란의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며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왔죠.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자국의 권리라고 주장하며 완전한 포기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우라늄 농축의 '일시 동결'이나 농축도를 60%에서 1.5%로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의 보좌관 알리 샴하니는 협상 핵심이 '핵무기 생산 방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즉각적인 합의가 가능하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고수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은 핵폭탄 약 10개 분량에 달한다는 점에서 서방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협상 뒤편의 압박과 계산
이번 협상은 순수한 외교적 대화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협상 하루 전날,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란의 자금줄을 조이기 위해 대규모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 선박과 무기 조달 네트워크 관련 개인 및 기관 30여 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최대 압박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적 발판으로 읽혔습니다.
한편 이란도 경제 협력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협상에서 미국 기업에 대규모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권을 제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과 2위의 가스 매장량을 내세워, 재정적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협상은 핵 문제 하나만으로 진행되기보다, 양측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중재자의 역할과 불확실한 전망
이런 어려운 협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오만의 '조용한 중재' 역할이었습니다. 중동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오만은 미국과 이란 모두와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간접 회담 방식을 주관했습니다. 2015년 JCPOA 타결 당시에도 물밑 조정에 나섰던 오만의 외교력이 다시 한번 빛을 본 셈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난관은 앞에 남아 있습니다. 미국은 핵 문제뿐 아니라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 내 대리 세력 지원 문제까지 포괄하는 '패키지 딜'을 원하는 반면, 이란은 핵 문제에만 국한된 협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현실적인 위협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중동 지역에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배치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도 한국 정부는 재외국민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주이란대사관 등 중동 지역 8개 공관과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현지 체류 국민의 안전 점검과 대피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제네바 협상이 빈에서 기술적 논의로 이어지면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긴 외교적 행보는 아직 중간고사를 치른 셈입니다. 향후 진전 여부는 양측이 얼마나 실용적인 타협점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