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0선 찍고 주르륵…외국인은 왜 '덜컥' 팔았나
코스피가 장중 한때 6400선을 돌파하는 듯했지만, 다시 6200대로 밀려났습니다. 8월 7일 장 초반 6415선까지 오르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는데요. 하지만 오후 들어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는 급격히 내리막을 탔습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8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팔면서 장을 마감했죠.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불씨는 미국 반도체주의 약세였습니다.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이 내놓은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내년 1분기 실적 전망이 부진할 것으로 알려지며 주가가 13% 이상 급락했습니다. 이 여파가 국내 시장의 대표 주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까지 번졌고,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사실 이날 시장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겹쳤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에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도 1419원에 육박하면서 증시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장 초반의 상승 분위기가 이런 악재들을 소화하지 못하고 하락 반전한 겁니다.
단기 매매에 빠진 외국인, '줍줍' 후 바로 던져
요즘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날 3조 원이 넘는 매도를 쏟아낸 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 잠깐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다시 대량 매도로 전환했습니다. 마치 저가에서 주식을 '줍줍'한 뒤 바로 던지는 단타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수급 불안정성은 지수 변동성을 키우고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까지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피해 종목은 SK하이닉스였습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어제도 10% 넘게 빠졌는데 오늘도 추가 하락"이라는 곡소리가 나왔는데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도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삼성전자는 장중 1%가량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 반도체 업종의 혼조세 속에서 지수 방어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을 일부 제한했지만, 외국인의 매도세를 온전히 상쇄하진 못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추세적 매수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이후 3영업일 이상 연속으로 선물을 매수한 적이 없다는 점도 시장의 방향성을 잡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반등 열쇠는 '주주환원'에 있을까
이대로라면 증시 반등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지선을 형성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 자금으로 돌아서게 만들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인데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도주들이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두 회사는 높은 이익을 바탕으로 공장 투자와 성과급 인상에는 적극적인 반면, 주주를 위한 대안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에만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런 기업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정책 부재가 꼽히고 있죠.
당장의 반등 여부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반도체주의 흐름에 달려 있을 겁니다. 다만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장기 자금을 유치하려면,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