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이어지는 호르무즈 대치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벌인 지 5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 15일 하루 동안 두 차례에 걸친 공습을 단행하며 이란의 해안 방어 체계와 순항미사일 보관·발사 시설을 집중 타격했습니다. 그레이터 툰브섬에 대한 약 90분간의 정밀 유도 무기 투하로, 호르무즈를 지나는 상선을 위협해 온 이란의 공격 수행 능력을 대폭 약화시켰다고 미군은 설명했습니다.
이날 공습은 이란 시각 기준 밤 10시 30분에도 이어졌으며, 해상봉쇄 경고를 무시하고 하르그섬으로 향하던 유조선 '벨마'호를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력화하는 강경 대응도 취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수뇌부를 향해 "제대로 처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발전소와 교량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JD 밴스 부통령은 군사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며 외교적 해결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백악관 내부의 온도차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란의 결사항전 선언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양해각서 첫 조항부터 위반했음을 비판하며, 현재 국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종전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이란이 합의 이행으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다면 종전합의를 지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란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갈리바프 의장은 군사행동의 최우선 목표가 '이란식 질서'를 유지하며 해협을 사수하는 것이라고 못박았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하르그섬 점령 위협에 대해 "영토의 한 뼘까지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맞섰습니다. 이란의 강경 태도 속에서 반다르 압바스, 아흐바즈, 차바하르 등 여러 지역에서 폭발음이 보고되었고, 아흐바즈의 소아암 병원 인근에 포탄이 떨어져 환자와 가족이 일시 대피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끝없는 전쟁의 논리
뉴욕타임스(NYT)는 이 분쟁이 '영구적인 전쟁'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책임자는 양해각서 제5조의 모호한 문안이 분쟁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안전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조항에서, 적용 범위를 해협 전체로 보느냐 북쪽 수역만으로 보느냐를 놓고 양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한 것입니다. 이처럼 상호 불신이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키면서, 양국 모두 상대의 결의가 먼저 소진될 것을 기대하며 지구력 싸움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국제유가도 이 긴장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습니다. 15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26% 오른 배럴당 84.95달러를 기록했고, WTI도 0.33% 상승한 79.6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에너지 리서치 기관은 현재의 적대 행위가 몇 주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을 시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호르무즈가 막히면 선박들이 우회할 수밖에 없고, 홍해의 후티 반군 위협까지 겹치면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