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 한계 넘어서는 새로운 해법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항공 탄소중립을 위해 SAF가 온실가스 감축의 60% 이상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대부분의 SAF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을 원료로 하는 HEFA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하지만 항공뿐 아니라 선박과 도로 교통까지 저탄소 연료 수요가 몰리면서, 폐식용유만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에너지 기업 지보(Gevo)는 2030년을 전후로 글로벌 SAF 시장이 공급 부족 국면인 공급절벽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탄올을 제트연료로 전환하는 ATJ(Alcohol-to-Jet) 기술이 차세대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ATJ 방식은 원료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특히 옥수수 기반의 대규모 생산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미국이 강력한 공급망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항공을 넘어 해운까지 확대되는 바이오연료
에탄올의 활용 범위는 항공을 넘어 해운 분야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국제해운의 탄소집약도를 40%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20%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이런 규제 강화에 맞춰 에탄올이 현실적인 저탄소 선박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선급협회(ABS) 측은 에탄올이 메탄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연료 탱크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고, 황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HD현대중공업의 힘센 엔진이 에탄올 연료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이미 어느 정도 마무리된 셈입니다. 안전 기준 충족과 벙커링 인프라 구축만 해결된다면 상용화가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사이 정책 과제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SAF와 바이오 에탄올의 중요성이 친환경을 넘어 에너지 안보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고, 2035년까지 7~10%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별 부문의 연료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합니다. 상병인 한양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는 도로, 항공, 해운을 아우르는 통합 바이오연료 전략과 원료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TJ 기술은 기존 에탄올 공장과 석유화학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SAF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와 더불어 혼합 의무제와 세제 지원, 장기 구매계약 등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합니다. 기술은 준비되어 가고 있지만,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로드맵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