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다시 불붙은 '업종별 차등'
2026년 6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는 예년과 다른 긴장감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경영계는 숙박·음식점업 등 취약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하자고 공식 제안했는데요. 이는 1988년 제도 도입 첫해를 제외하고 37년간 단일 최저임금 체제를 유지해온 우리나라에서 매우 이례적인 논의입니다.
실제로 숙박·음식점업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를 보면,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 위반율은 31.6%에 달하고 대출 잔액도 35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금융·보험업의 16.2% 수준에 불과해 지불 여력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특정 직군에 낙인을 찍고, 외국인 노동자 등 취약 계층의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노사의 팽팽한 기 싸움
경영계는 지불 여력의 현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격차를 최대 10% 이내로 제한하는 3년 시범 적용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생존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OECD 26개 회원국 중 21개국이 이미 업종이나 연령별로 차등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양대 노총은 2027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 2,000원을 요구하며, 업종별 구분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 주장했습니다. 특히 공공운수노조는 숙박·음식점업이 노동자 중심 업종임을 지적하며, 임금을 낮춘다고 해서 생산성이 저절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낮은 임금이 인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결국 지역 소멸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망을 가를 변수들
이번 논의에는 정치적 변수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는데요. 이는 정부 안팎에서 중요한 방향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기로 의결하면서 노사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민주노총은 6월 19일 수원역에서 문화제를 열고 집단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가 마무리되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법정 심의 시한은 6월 말이지만, 통상적으로 7월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됩니다. 37년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임금 체계가 만들어질지, 아니면 단일 최저임금이 다시 한번 굳건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