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에도 중부와 남부는 극과 극
7월 23일,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절기 대서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절기의 이름값을 남부지방에서만 실감할 수 있는 날씨가 펼쳐졌는데요. 중부지방은 장맛비가 쏟아지며 우산을 꺼내 드는 사람들이 많았고, 남부와 제주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같은 날씨 속에서도 지역별로 상반된 풍경이 연출된 셈이죠.
당연히 중부지방은 빗줄기가 꽤 강했습니다. 특히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을 중심으로 시간당 20에서 50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도 최고 80mm 안팎의 비가 내렸습니다. 기상청은 돌풍과 벼락이 동반될 수 있다며 시설물 점검과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비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반면 남부지방은 찜통더위가 이어졌습니다. 경북 포항의 낮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고, 대구와 울산도 35도 안팎의 폭염 속에서 고생했습니다. 높은 습도 탓에 체감온도는 33도를 훌씬 넘었으며, 밤사이에도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죠. 사실 이런 극심한 무더위는 남부지방이 장마 영향권에서 벗어났기 때문인데, 제주도는 이미 북태평양고기압 영향으로 사실상 장마가 끝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시간당 50mm 쏟아진 중부...하천 수위도 급등
중부지방의 강수는 단순히 많은 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최근 북한 지역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임진강과 한탄강, 북한강 등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의 하천 수위가 높아지고 유속도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기상청은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차도 이용을 자제하고 저지대 침수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강원 화천에는 새벽 한때 시간당 20에서 30mm의 강한 비가 쏟아지기도 했죠.
물론 중부지방 전역이 비로 인해 시원해진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낮 기온은 28도 안팎으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31도까지 올랐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죠. 경기 남부와 충청 지역 역시 20에서 60mm의 비가 내렸지만,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곳도 있어 답답한 날씨가 계속됐습니다.
평년의 68%에 그친 강수량...가뭄과 폭우 사이
이번 날씨의 이면에는 전국적인 강수량 부족이라는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68% 수준에 그쳤는데, 특히 경남 지역은 평년의 33%만 기록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비가 내렸습니다. 남부지방은 가뭄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중부지방만 폭우가 쏟아지는 기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겁니다.
기상청은 다음 주 중 장마가 종료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남부지방에는 이번 주말 다시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와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옵니다. 용수 공급 계획에 이런 기후 변동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렇게 대서를 전후해 중부와 남부가 완전히 다른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산 속에서도 땀이 흐르는 중부와, 햇볕 아래 숨이 막히는 남부의 풍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