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대신 남은 의장국 성명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가 공동성명 없이 끝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와 참가국 간 이견이 컸기 때문인데요. 미국 국무부는 의장국 성명만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합의보다 균열을 확인한 자리에 가까웠습니다.
단체사진도 취소됐습니다. 유럽 외교관들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함께 찍는 데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단체사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단결을 호소했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전쟁부터 관세까지 얽힌 쟁점
이견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미국의 관세, 중국의 남중국해 행보도 논쟁거리였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완강했고 폴란드의 G20 가입에도 반대했습니다. 현안이 얽혀 있어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미국이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초청하지 않은 점도 반발을 샀습니다. 회의에는 남아공을 제외한 18개국과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 초청국 폴란드가 참석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남이 모든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AI 용어 논쟁과 12월 정상회의
의장국 성명에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회복력이 강조됐습니다. 에너지 안보,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 기술,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전한 항행이 포함됐습니다. 공동성명은 불발됐어도 경제 안보 의제는 다음 회의로 이어질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AI 논의도 눈에 띕니다. 일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별도 AI 공동성명을 냈는데, 문구마다 '초지능(SI)'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호주·인도·일본에서는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본다는 각주가 붙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AI 대신 SI를 쓰도록 지시한 영향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는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용어 자체가 논쟁거리가 된 겁니다.
G20 정상회의는 12월 14~15일 마이애미에서 열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고 내년 의장국은 영국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초청 수락 여부도 불확실합니다. 공동성명 불발이 단순한 형식 문제가 아니라 주요국 간 신뢰의 간극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