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때까지 안 나올 숫자라고?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인천과 광주·전남에서 득표수가 똑같은 투표소가 여러 곳 발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1동과 2동에서는 민주당 박찬대 후보가 3030표,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가 1440표로 동일하게 나왔고요.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민형배 후보 1401표, 이정현 후보 120표 등 총 5쌍의 '쌍둥이 득표'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해당 현상이 5억 9000만분의 1이라는 극히 희박한 확률을 여러 번 곱해야 나오는 결과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단순 우연이 아니라며 특검 도입과 사전투표 폐지를 주장하고 재선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장 대표의 주장에 대해 산식 없이 결론만 내리는 것은 계산이 아닌 주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구체적인 통계 모델이나 가정도 밝히지 않은 채 확률을 무기 삼아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공직자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통계학자들이 본 득표수 일치
사실 이 현상은 통계학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우연입니다. 고려대 허명회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동전 던지기에 비유해서 분석했는데요. 두 사람이 각각 4470회씩 동전을 던져 앞면 횟수가 같을 확률을 10억 번 시뮬레이션한 결과, 일치 확률이 약 1%로 나타났습니다. 인천 전체 137개 행정동 중에서 이런 일이 한 건쯤 나오는 건 통계적으로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겁니다.
서울대 장원철 교수는 이를 '생일 역설'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100명이 모이면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나올 확률이 의외로 높은 것처럼, 가능한 조합을 모두 고려하면 동일 득표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당연히 특정 사례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희귀해 보이지만, 전체 조합 속에서는 하나의 패턴일 뿐입니다.
특히 광주·전남에서 5쌍이나 발견된 이유도 구조적으로 설명됩니다. 해당 지역은 특정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경향이 강하고, 전체 읍면동 수가 393개에 달해 비교 가능한 조합이 7만 개를 넘습니다. 조합의 수가 많을수록 우연의 일치가 발견될 확률은 당연히 높아지는 거죠.
'부정선거' 피켓과 당내외 비판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장동혁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부정선거·재선거·당일투표·수개표'라고 적힌 팻말을 든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실관계와 시민의 분노가 중요하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도 우려가 커졌습니다.
김용태 의원은 이를 스스로 퇴로를 끊는 자충수라고 지적했고,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최고위원도 투표로 드러난 민의를 수용하지 않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고동진·엄태영 의원 등은 원내대표 선거 후보들도 반대했던 재선거를 당사자 동의나 특검 절차 없이 추진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명백한 행정 미흔입니다. 허명회 교수 역시 투표지 부족과 관련해서는 평균 투표율이 아닌 최댓값을 기준으로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 행정의 허술함과 통계적 우연은 별개의 문제이며,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합리적인 선거 개선 논의도 어려워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