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을 멈춘 장애인 권리의 외침
서울역 지하철 승강장이 지난 며칠간 시끄러웠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벌인 출근길 탑승 시위가 교통 대란까지 낳았는데요. 18일에는 서울역을 지나던 1호선과 4호선 열차가 한 시간 가까이 무정차 통과했습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직접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19일 오후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는데요. 이 면담을 계기로 전장연은 예정된 출근길 시위를 취소하고, 118일간 이어오던 시청역 농성장도 철수했습니다. 다만 이를 완전한 중단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전장연은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는 24일에 향후 투쟁 방향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시위와 예산, 양측의 선은 어디에
면담 전 박 장관은 SNS를 통해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일상을 침해하는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장애인 정책은 정책적 필요성과 재정 원칙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장연은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시위를 유보했지만, 논조는 달랐습니다. 기존의 재정 원칙과 타당성 잣대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며, 구조적 차별을 철폐하는 국가 책임의 기준에서 예산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숫자와 원칙만으로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별교통수단 인건비나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사업 등 구체적인 예산 반영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24일이 가를 향방
이번 면담에서 구체적인 예산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박 장관은 요구 사항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전장연은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제 공은 24일로 넘어갔습니다. 전장연이 시위를 재개할지, 아니면 대화를 이어갈지 결정하는 날입니다. 시위가 멈춘 지금이 오히려 양측이 서로의 원칙을 존중하며 실질적 해벵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교통 불편을 넘어 장애인의 삶과 권리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