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첫 소비세 인하에 나선 일본
일본 정부가 식료품에 붙는 소비세를 기존 8%에서 1%로 대폭 낮췄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소비세를 인하한 조치인데요. 고물가로 허덕이는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위축된 내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겼습니다.
사실 일본은 그동안 소비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해 왔습니다. 2014년에 5%에서 8%로, 2019년에는 10%로 인상했죠. 이번에 식료품만이라도 세율을 낮춘 건, 최근 지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 앞에서 정부가 더는 서민 경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입니다. 특히 식료품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인하가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외환 방어와 감세, 투입 재원의 극명한 대비
이런 민생 대책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한 규모는 어마어대합니다.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사들인 엔화 규모가 105조 원에 달했는데요. 세계 외환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개입 규모입니다.
문제는 정작 감세 정책에 쓸 수 있는 재원이 5조 원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외환 시장 개입에 쏟아부은 돈의 극히 일부만 국민 세금 감면으로 돌아온 셈이죠. 시장 안정을 위해 105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국민 주머니를 직접 채워주는 감세에는 5조 원만 배정된 겁니다. 이런 재정 운영 방식에 대해 정책 우선순위가 시장 안정에 쏠려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싼 재정적 고민
물론 외환 개입이 불필요했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내수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니까요.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시장 개입에 쏟은 뒤, 민생 회복을 위한 세제 혜택은 제한적으로 운영된다면 정책 간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비세 인하 효과는 당장 가계 구매력을 높여주지만, 이 역시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서 세수 감소에 대한 부담도 작지 않은 상황입니다. 향후 일본 정부가 추구할 정책 방향은 시장 안정과 민생 회복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