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번표에 새긴 이름
지난 10월 17일 세종중앙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 일대가 유난히 붐볐습니다. LG유플러스와 소방청이 함께 연 'U+119 메모리얼런 2026'에 2300여 명이 모인 겁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이 대회는 순직 소방관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요.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참가자들 가슴에 붙은 배번표였습니다. 각자 자기 이름 옆에 순직 소방관의 이름과 순직 일자를 적어 달았거든요. 달리기 기록보다 누구를 기억하는가가 먼저였던 셈입니다.
숫자 119에 담긴 의미
코스 구성도 상징적입니다. 참가자 2000명 가운데 1400명은 소방을 뜻하는 11.9km 코스를, 나머지 600명은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5km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현직 소방관도 1000명 넘게 신청해 이 중 119명이 실제로 뛰었는데요.
이 대회에는 순위도, 시상도 없습니다. 완주 자체가 목적이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참가비는 1인당 5만 원으로 전액 순직 소방가족 지원에 쓰입니다. 지난해 모인 참가비 역시 '소방가족 희망나눔' 단체를 통해 추모 활동과 유가족 지원에 활용됐습니다. LG생활건강과 팜한농, CJ푸드빌, 동아제약 등 여러 기업이 후원으로 뜻을 보탰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소방청 주관 추모식이 이어졌습니다.
추모를 넘어 안전 문화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는 세종남부소방서의 '2026 세종 119불조심 한마당'도 열렸습니다. 소방청이 주최하는 제3회 119메모리얼데이와 연계한 행사로, 어린이 소방안전 그림그리기 대회와 VR 화재 대피 체험, 물소화기·옥내소화전 실습, 지진·태풍 체험, 심폐소생술 교육 등이 운영됐습니다.
김영근 세종남부소방서장은 이 자리가 온 가족이 즐기며 자연스럽게 안전을 배우는 체험의 장이라며, 일상 속 안전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소방관과 소방가족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문화를 넓혀가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기업의 사회공헌과 공공기관의 추모 행사가 한자리에서 맞물린 사례로, 앞으로 이런 협업이 얼마나 자리 잡을지가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