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정이 남긴 변화의 그림자
노란봉투법, 즉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이 한 달을 맞았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가장 주목받은 변화는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었습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일 포스코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결정은 대기업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같은 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한 7개 하청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했는데요. 두 결정 모두 산업안전 분야에서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통제 권한을 가진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하청 노동자 14만 명 이상이 368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국세청 위탁 콜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도 잇따르면서, 공공부문에서도 원청의 책임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입니다. 법 시행 전 많은 예측과 달리, 판정 기관의 문턱은 생각보다 낮게 느껴집니다.
쪼개지는 교섭과 커지는 부담
초기 판정들이 남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쪼개기 교섭’의 현실화입니다. 포스코의 경우 한국노총 소속 하청 노조와 기존에 교섭 중이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민주노총 소속 두 노조와도 별도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합니다. 결국 한 기업이 세 개 이상의 노조와 동시에 협상해야 하는 ‘3중 교섭’ 국면이 펼쳐진 거죠. 인천공항공사 사례도 노조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한 점에서 맥을 같이합니다.
이에 대한 경영계의 반응은 뚜렷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주요 기업 100곳 중 87%가 이 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74.7%는 교섭 요구 증가를, 64.4%는 법적 분쟁 증가를 가장 큰 우려로 꼽았습니다. 교섭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 의제와 일정이 따로 놀 수밖에 없고, 이는 협상 인력과 법률 검토 비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협력사가 많은 제조업에서는 연쇄적인 교섭 요구가 이어질까 봐 더욱 신경이 곤두섭니다.
당연히 이 불확실성은 새로운 사업장을 만듭니다. 노란봉투법 관련 자문 수요가 폭발하면서 대형 로펌들은 전담팀을 급격히 확충하고 있습니다. 어떤 로펌은 8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50명 이상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갈등의 새 층위와 남은 과제
혼란은 노사 관계를 넘어 노동조합 간 관계까지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 약 7천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결정은 법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과 전환 대상 하청 노동자 모두 각자의 불안을 드러내며 ‘노노 갈등’이라는 새로운 층위의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명확한 기준의 부재입니다. 지금까지 11건의 법적 다툼 판정 중 10건에서 원청이 교섭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정반대 결론이 나온 태권도진흥재단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판단 기준이 모호하면 분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교섭 요구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오랜 불만에도 불구하고 절차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일입니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하청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라는 법의 본래 취지가 현장의 운영 효율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지켜봐야 합니다. 260여 건이 대기 중인 노동위원회 심판 결과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사용자 판단의 기준선은 조금씩 더 선명해질 겁니다. 그 과정이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