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의 종말
세르비아 조기 총선에서 학생 주도 정치세력인 ‘학생명부’가 승리하며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의 12년 집권이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5일 선거에서 학생명부는 약 53% 득표율로 250석 가운데 139석 안팎을 확보했습니다. 부치치의 세르비아진보당은 39% 안팎, 97석 수준에 그치며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줬습니다.
부치치는 12년간 총리와 대통령을 연달아 지내며 언론과 사법 체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분노가 만든 전환
선거의 물꼬는 2024년 11월 노비사드 기차역 차양 구조물 붕괴 사고였습니다. 16명이 숨진 이 사고를 계기로 부정부패와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분노가 커졌고, 시위는 2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학생과 교수, 교사, 운동선수 등이 모인 학생명부는 기성 정당과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쌓았습니다.
이들은 부패 척결과 법치 회복, 사법부 탈정치화, 언론 자유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선거 직후 노비사드에서는 젊은이들이 집권당 홍보물 위로 올라가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보이보디나 라디오·텔레비전은 편향 보도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했습니다. 선거 결과가 언론의 태도까지 흔들었다는 점은 이번 변화의 파장을 보여줍니다.
기대와 불확실성
가장 큰 변수는 새 정부 구성입니다. 학생명부는 특정 지도자 없이 집단 의사결정을 해온 만큼 총리와 내각 인선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후보군에는 학자와 배우, 농민, 의사, 중앙은행 총재 출신 등이 거론되지만 공식 지명은 없습니다. 정치 경험이 적은 인물들이 대거 원내에 들어오는 만큼 개혁 실행력과 연정 구성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외교 노선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학생명부는 EU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가입 협상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제재 참여에는 부정적이어서 에너지 의존과 코소보 문제를 둘러싼 기존 균형 외교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럽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도 새 정부의 첫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