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2월 하순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최합니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북한 최고의 정치 행사이자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인데요. 이번 대회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특히 대남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내용이 당 규약에 공식적으로 명문화될지, 그리고 미국을 향한 메시지에는 어떤 변화가 담길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적대적 두 국가론, 이제 공식화되나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단연 대남 관계에 대한 공식 입장입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해 왔는데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철책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실질적인 ‘국경선’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대회에서 이러한 기조가 당 규약이나 공식 문건에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고착된 방침이 되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향후 모든 접근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움직임이 한국의 대북 및 통일 정책에도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경제 성과 선전
반면 미국에 대한 태도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집념’을 버린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유연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과 미국 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당대회에서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대미 제스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대신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재천명하는 등 원론적이고 절제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경제 분야,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함경남도 락원군에서 현지 착공식을 열고 보도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부각하며, 지난 8차 당대회에서 경제 실패를 인정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당대회가 향후 한반도에 미칠 영향
이번 당대회는 단순한 내부 행사를 넘어 한반도 정세의 중장기적인 흐름을 가늠케 하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의 공식화는 남북 관계의 기본 틀을 완전히 경쟁적 대립 관계로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군사적 긴장 고조와 대화 채널의 단절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동시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17건의 인도적 대북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한 점은 미묘한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내부 결속과 체제 선전을 최우선하면서도, 외부와의 완전한 고립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 여부와 같은 상징적 사안보다는, 당 대회를 통해 확정될 실질적 정책 기조가 향후 5년간의 한반도 상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