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를 덮친 사흘간의 공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곡물 수출 항구를 사흘 연속으로 집중 공격하면서 전 세계 식량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항의 경비정과 흑해 항구인 유즈니항의 연료 저장시설을 타격했는데요, 이어서 다뉴브강의 이즈마일항 인프라까지 밤새 공격했습니다.
이번 공습의 여파는 곧바로 수출량에 나타났습니다. 수확기를 맞은 이달 우크라이나의 수출용 곡물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급감했는데요, 주요 통로가 마비되면서 정상적인 물류는 사실상 멈춰 섰습니다. 시카고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7달러를 넘어서며 2023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휴전 제안은 무산된 채
양국 간에 흑해 휴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단칼에 거부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설령 제안이 있다 해도 제한적인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재무장 시간을 제공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공세에 장거리 드론과 플라밍고 미사일로 맞서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경에서 약 900km 떨어진 러시아 후방의 로켓 공장과 석유 시설, 그리고 공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는데요, 교전의 중심지가 러시아 내부로 확대되면서 양측의 공격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세계 식량 시장이 떠는 이유
이번 사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국가들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2023년 7월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 철도와 다뉴브강을 대체 수출로로 삼아왔는데, 이즈마일항까지 집중 공격당하면서 마지막 우회로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물론 대체 경로를 이용해 일부 물량을 수출하고 있지만, 선박 수출만큼의 물동량을 소화하기는 어렵고 물류 비용도 크게 올라갑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제한되면 전 세계 공급망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식량 위기 우려를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 흑해 지역의 긴장은 국제 곡물 가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