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려야 가능한 협력 구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들고 나왔습니다.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 신평화교역시스템 등 3대 대북 협력 사업을 제안했는데요. 문제는 이 모든 구상이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정 장관은 "제재를 유지하면서 대화할 수 없다"며 적대시 정책 중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건설 장비 반입부터 금지되는 현재의 제재 체계下에서는 현실적으로 프로젝트 추진이 어렵습니다.
통일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고속철도 사업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도 관심을 표명한 적 있는 사업입니다. 평양-신의주 224km, 개성-평양 186km 등 총 410km 구간을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도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죠. 관광 사업도 3단계로 추진해 재외동포 개별 관광부터 시작해 중국 관광객 환승 관광을 거쳐 한국 국민의 직접 방문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부처 간 협력 체계 마련 추진
이러한 통일부의 구상에 대해 외교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방법론의 차이는 있지만 목표는 같다"며 차관급 정례협의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통일부와 외교부 사이에서 '기싸움'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의 고유한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보관계장관회의' 추진을 지시한 것이 주목됩니다.
특히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 조치 폐기 문제가 논의된 점도 눈에 띕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시행된 이 조치는 문재인 정부 때 실효 상실을 선언했지만 공식 폐기는 이뤄지지 않았죠. 정 장관은 이 조치가 이미 사문화되었다고 주장하며 해제 검토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비공개 보고에서 5·24 조치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 내에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실현 가능성과 향후 전망
통일부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정 장관은 내년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시기를 전후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됐던 민수용 제재 5개 항목 해제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미국에 대북특별대표 지명을 촉구하면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평화특사를 임명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죠.
신평화교역시스템은 특히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Oil-for-Food 프로그램과 이란-스위스 인도적 무역 메커니즘을 벤치마킹한 이 시스템은 북한이 광물과 희토류를 수출한 대금을 국제기구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하고, 이 자금으로 민생·보건 물자를 수입하는 방식입니다. 제재 틀 안에서도 인도적 협력의 창구를 마련하려는 이 구상은 국제사회의 감시 하에 진행될 경우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DMZ 평화적 이용 법률 제정 지원,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종합적인 평화 구축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7년째 단절된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이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국제적 여건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