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으로 먹기 힘들어진 점심
서민 외식 메뉴의 대표주자인 김치찌개 백반이 마침내 9천 원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9,080원으로 집계됐는데요. 1년 전 8,741원과 비교하면 339원, 3.9% 오른 겁니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해서 대전이 평균 1만 6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전남광주는 8,278원으로 가장 저렴했습니다. 서울은 2021년 10월 7천 원대에서 꾸준히 올라 지난달 8,769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1만 원을 넘어선 메뉴들도 적지 않습니다. 냉면은 전국 평균 1만 845원으로 1년 새 3.4% 올랐고, 비빔밥은 1만 314원으로 2.3% 상승했습니다. 칼국수도 9,057원으로 9천 원대에 진입했죠. 짜장면은 7,230원, 삼계탕은 1만 6,868원, 삼겹살 200g은 1만 7,877원으로 모두 지난해보다 높아졌습니다. 서울 기준 김밥 한 줄은 3,869원으로 1년 사이 6.8%나 뛰었는데요. 1만 원권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외식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셈입니다.
물가 불안이 만든 풍경
이런 흐름은 전반적인 물가 불안과 맞물려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다시 3%대에 올라섰고, 외식 물가도 2.7% 상승했습니다. 밥상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직장인들의 지갑 사정도 팍팍해졌는데요.
그러자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린 곳이 구내식당입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전국 일반 식당의 평균 점심값은 1만 240원, 서울은 1만 1,586원이었던 반면 구내식당 평균 점심값은 7,919원에 그쳤습니다. 일반 식당보다 무려 2,321원이나 저렴한 겁니다. 외식비 부담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구내식당의 반격, 미식으로 승부
수요가 몰리자 단체급식 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 2,1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고, 영업이익은 845억 원으로 33.9%나 증가했습니다. 삼성웰스토리(1조 7,110억 원), CJ프레시웨이(1조 7,571억 원), 아워홈(1조 4,032억 원)도 나란히 매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승부수가 단순히 값싼 밥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대그린푸드는 호주축산공사와 손잡고 양 티본 스테이크를 선보이며 레스토랑 수준의 식사를 구현했고, CJ프레시웨이는 프리미엄 과일 브랜드 '온브릭스'와 협업해 대극천 복숭아, 얼스멜론 같은 희소 품종을 공급했습니다. 풀무원은 '곤트란쉐리에' 베이커리 협업과 월별 컬래버레이션 메뉴로 식문화 경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가격 경쟁력에 더해 얼마나 고도화된 미식 콘텐츠를 접목하느냐가 수주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치솟는 외식 물가가 구내식당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