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방남, 뜨거운 관심과 논란
2026년 5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 위민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맞붙습니다. 북한 여자 클럽 팀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인데요. 이번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남북 관계의 상징적 장면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입국 과정에서부터 이슈가 많았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베이징을 경유해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처음으로 여권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남북교류협력법 체계에 따라 참고 자료로만 활용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200여 개 민간단체가 3,000명 규모의 공동응원단을 결성하며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받아 혈세 논란도 일었습니다.
선수단의 엇갈린 분위기와 준비 과정
내고향 선수들은 공개 훈련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환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리유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며 응원단 문제는 선수단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주장 김경영 역시 "인민과 부모 형제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원론적인 각오를 밝혔습니다.
반면 수원FC의 에이스 지소연은 북한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언급하며 "같이 욕하고 발로 차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2025년 11월 조별리그에서 0-3으로 패배한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원FC는 이후 지소연, 김혜리, 최유리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강화했고, 8강에서 중국 우한 장다를 4-0으로 완파하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경기 전망과 남북 스포츠 교류의 의미
양 팀의 전력을 분석해보면 내고향은 예선에서 23득점 0실점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운 강팀입니다. 리금향, 김경영을 중심으로 빠른 전환 플레이와 체력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반면 수원FC는 홈에서 열리는 이점과 함께 설욕 의지가 불타고 있습니다. 승리 팀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멜버른 시티(호주)와 도쿄 베르디(일본)의 승자와 결승을 치르며,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4억 7천만 원)입니다.
이번 대회는 스포츠가 정치적 장벽을 넘어 교류의 장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을 8강으로 이끈 리찬명의 아들인 리유일 감독이 팀을 이끌어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다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번 경기가 남북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과제입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7,000여 명의 관중과 전 세계의 시선이 수원으로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