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과 동시에 불거진 숙제
2026년 7월 1일, 박수현 충남지사가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AI 수도 육성과 392조 원 규모의 충청권 투자를 약속하며 새 도정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녀는 AI 대전환 시대의 리더를 자처하면서도 누구도 기술 소외를 겪지 않는 따뜻한 AI 기본사회를 열겠다고 강조했죠.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전임 김태흠 지사 시절의 재정 상태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박 지사 측은 전임자가 1조 304억 원의 예산 부족 상태를 남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는 새로운 도정의 첫걸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충남만의 일은 아닙니다. 대전의 허태정 시장 역시 전임 이장우 시정을 두고 재정 파탄을 언급하며 대형 투자 사업의 재검토에 나섰죠. 전국적으로 지방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당연히 전임자 측은 이런 주장을 새 정부의 공약 파기나 정치적 구실로 보고 있어 신구 권력 간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책임 전가의 덫, 그 너머
정치학자 켄트 위버가 분석한 책임 전가의 정치학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절합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잘한 일보다 실패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부정성 편향을 이용해, 불리한 출발점을 강조함으로써 미래의 비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 합니다. 쉽게 말해 전임자의 과오를 부각해 자신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향후 정책 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는 전략인 거죠. 이런 방식은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볼 때 상당히 설득력 있게 작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정치 공세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전직 시장에게 214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처럼, 실제로 혈세가 낭비된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책임 전가에만 몰두하면 정말 필요한 구조조정조차 비난 우려로 회피되는 등 정책 결정이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재정 논쟁을 단순한 입씨름으로 보기에는 양측 모두 너무나 무거운 책임이 걸려 있습니다.
검증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박수현 지사는 도지사실을 24시간 개방하고 CCTV를 설치해 집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기록 전담 직원을 배석시켜 공식 일정과 메모까지 정리해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죠. 이런 투명성 원칙이 재정 논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감사원 감사나 사법기관 수사 등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예산 부족 주장이 사실인지, 혹은 정치적 책임 전가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하죠.
유권자는 뜨겁게 달아오른 공방 속에서 진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재정 논란이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새로운 도정이 내세운 AI 기본사회와 392조 원 투자 계획도 투명한 재정 운영 위에서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한 박 지사의 첫 행보도 결국 이런 신뢰의 바탕 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