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쇼크에 흔들린 환율
2026년 7월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30.2원 급락하며 1,525.6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하락 폭은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던 지난 4월 8일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컸습니다. 전날 환율은 1,555.8원까지 치솟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가파른 상승세가 단 하루 만에 상당 부분 되돌아간 겁니다.
이런 급전환의 배경에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가 있었습니다. 신규 취업자 수는 5만 7천 명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11만 5천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61.5%로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976년 이후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한꺼번에 표면화된 겁니다.
엔화 반등과 한일 당국의 동시 움직임
약세로 치달던 달러를 끌어내린 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0년 만의 최저치를 위협하던 엔화 가치에 일본 외환당국이 움직인 겁니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62엔대까지 올라갔으나, 일본 당국의 개입 추정 물량이 공급되면서 160.60엔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이 독립기념일로 휴장한 틈을 노린 시점에 대한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측에서도 외환당국이 나섰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0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졌지만,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과 당국의 구두 개입, 실개입이 겹치며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한국은행의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273억 6천만 달러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충분한 여력을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기업은 쌓고 개인은 판다
이번 환율 변동 과정에서 기업과 개인의 대응은 확연히 갈랐습니다.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외화 예금 잔액은 석 달 만에 약 10조 원 늘었는데, 이 중 80%는 기업과 기관이었습니다. 수출 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대비해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로 묶어두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고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달러를 적극적으로 팔아치웠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 달러 예금은 15억 달러 넘게 줄었고, 줄어든 자금은 반도체 ETF 등 증시 상품으로 이동했습니다. 씨티는 향후 석 달 안에 환율이 1,500원대로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반도체 수출 회복이 환율의 핵심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