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논란이 향한 곳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개봉 2주 만에 배우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 번졌습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수사 당국의 사전 결론을 뒤집고 공범이나 권력기관 개입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을 낳았는데요.
논란의 초점은 주연 배우 유해진에게 옮겨갔습니다. 올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관객을 모은 그가 이번에는 작품 해석을 둘러싼 집단 반발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 4일부터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와 벨라도 등은 유해진의 성북구 자택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고, 온라인에는 협박성 게시글이 잇따랐습니다.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배우의 일상과 안전을 겨냥한 압박이 이어진 셈입니다.
광고 중단과 상영 중단
파장은 기업과 극장가로도 옮겨붙었습니다. 유해진이 모델로 나선 버거킹의 '트러플 머쉬룸 와퍼' 캠페인이 끝났고, 홈페이지와 SNS의 관련 게시물도 모두 삭제됐습니다. 버거킹 측은 일회성 계약이 당초 일정대로 마무리된 것이라며 논란과 무관하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이정재가 출연한 다른 광고는 그대로 남아 있어, 불매 움직임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앱 삭제 인증글이 올라오는 등 소비자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의 한 극장은 정치권과 보수단체의 요구로 상영을 중단했습니다. 논란이 작품 선택과 소비 행동까지 바꾸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240만 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비판과 인신공격 사이
경찰은 유해진 소속사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고 서울 성북경찰서 차원의 안전조치를 가동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112 시스템에 등록하고 자택 주변 순찰을 강화했지만, 24시간 밀착 보호나 전담 요원 배치는 아닙니다. 경찰은 위해나 협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화계 19개 단체는 작품 내용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개인의 사생활과 생업, 안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반대로 일부 단체는 배우가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5·18 민주화운동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 계획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결국 표현의 자유와 인신공격의 경계입니다. 작품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 배우 개인의 신변 위협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두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