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라 불린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인도에서 의대 입학시험 문제가 유출되면서 전국적인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전국 5천 개 고사장에서 220만 명이 응시한 NEET 시험에서 부정행위와 운영 부실이 드러났는데요. 수험생 가운데 십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까지 이어지자 사회적 공분은 극에 달했습니다. 재시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절망도 시위에 불을 지폈습니다.
여기에 인도 대법원장이 실업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발언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흘렀습니다. 이에 분노한 Z세대 청년들은 오히려 그 이름을 따 '바퀴벌레국민당'을 결성했고, 인스타그램에서 2,3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으며 거대한 저항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첫 번째 요구는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퇴진이었습니다.
의회를 향한 행진과 유혈 충돌
지난 20일, 뉴델리 중심부 잔타르 만타르 광장에 1만 2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시위대는 의회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으나, 경찰은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최루탄과 곤봉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 118명과 시위대 60명을 포함해 총 180여 명이 다쳤고, 70여 명이 구금되었습니다. 시위 현장에는 바퀴벌레 가면을 쓴 참가자들의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사태를 최근 수년간 인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 중 하나로 꼽으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우려했습니다. 야당 인도국민회의의 라훌 간디와 프리양카 간디 남매도 시위에 가담해 정부를 규탄하다 연행되었는데요. 야당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시위는 단순한 학생 시위를 넘어 모디 정부를 위협하는 정치적 도전으로 커졌습니다.
구조적 절망과 청년 표심의 무게
사실 이번 시위는 단발성 사건이 아닙니다. 인도는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국가인데, 대학 졸업생 실업률이 40%에 달할 정도로 일자리 상황이 심각합니다. 정부 예산을 훌씬 넘는 사교육비 부담 속에서 의대 입시는 계층 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로 여겨졌기에 문제 유출은 청년들의 희망 자체를 짓밟은 셈입니다.
모디 총리는 13명을 체포하고 재시험을 실시하겠다며 사태 수습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CJP는 교육부 장관 퇴진 등 구체적인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평화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내년 주요 주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젊은 층의 분노를 어떻게 다룰지, 모디 정부의 고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