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소원은 평화, 입에선 전쟁
6월 14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0세 생일 잔치가 화려하게 준비되고 있습니다.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는 UFC 경기장이 들어서고, 7개 부처와 수백 명의 인력이 6,0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들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그러나 생일 축하가 무르익는 사이, 중동에서는 전쟁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 소원이 세계 평화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란을 향해서는 한 시간이면 박살 낼 수 있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군사 공격 가능성을 분명히 했죠. 사실 올해 초에도 평화를 외친 직후 베네수엘라 공습과 대이란 전쟁을 시작하는 등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모순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이어 온 패권 논리의 일면입니다.
평화라는 이름의 패권 논리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미국이 설계하고 주도하는 국제 질서가 유지되는 안정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상대국이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면 평화가 유지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제재와 군사력이 동원되는 구조입니다. 이란과의 대립도 마찬가지입니다. 핵 문제를 넘어서, 미국의 억지력과 패권적 신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만약 미국이 이란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만이나 우크라이나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말하는 평화는 단순한 공존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질서가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동 화로와 생일 잔치 사이
물론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일정과 인플레이션 부담 등으로 인해 장기전에는 취약한 면이 있는데요. 반면 이란은 단기 승리가 아닌 미국을 지치게 만드는 소모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전쟁은 군사력 대결보다는 시간의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죠. 이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전략적 자원이 중동에 묶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세계가 점차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가운데,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는 겁니다. 한편 백악관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80세 생일과 건국 25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제가 열리는데요. 결국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단극 질서와 세계가 향하는 다극 체제 사이의 구조적 긴장을 보여주는 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