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주장과 다른 해협 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일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의 해상 봉쇄를 강철의 벽에 비유하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궤멸했고 기뢰 제거를 통해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실제 선박 운항 데이터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상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하루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전쟁 전 하루 평균 120척의 10분의 1 수준으로, 통행량이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주목할 점은 통과한 14척 중 11척이 이란이 승인한 항로를 이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전쟁 전 대부분 선박이 이용하던 해협 중앙 기존 항로를 지난 선박은 단 한 척도 없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이란이 물리적 위협을 통해 여전히 실질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과 교착 상태
물리적 충돌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1일 대이란 해상봉쇄를 위반한 파나마 선적 벨라노바호의 기관실을 헬파이어 미사일로 공격했습니다. 미군은 해당 선박이 이란 항구로 향하며 봉쇄를 돌파하려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봉쇄 재개 이후 세 번째 무력 사용 사례입니다.
같은 날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이 이집트 회사 소유의 화물선을 공격해 파키스탄인 3명을 포함한 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첫 사례입니다. 이번 공격은 표적이 사우디 선박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상선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란은 동결 자금 해제와 역내 전쟁 종식을 요구조건으로 내걸며 해협 개방을 거부하고 있고,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 휴전 기한 연장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물류와 유가에 미치는 파장
이러한 긴장 지속은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물류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83.27달러, 브렌트유는 88.98달러에 보합 마감했는데, 장중에는 브렌트유가 90달러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교전도 협상도 없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항로로 물동량이 몰린 파나마운하는 기후 위기로 인한 수위 하락까지 겹치며 통항료가 급등했습니다. 대형 갑문 통항권 낙찰가가 역대 최고치인 약 250만 달러를 기록했고, 평균 낙찰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이상 오른 약 110만 달러로 집계되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이미 과부하 상태인 대체 항로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17일로 다가온 종전 양해각서 휴전 기한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중동의 긴장 누수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좌우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