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조 예산 속 실탄은 고작 3조5천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한 달 만에 내놓은 '재정 비상 상황' 선언은 꽤나 파격적인 수치로 도민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경기도 전체 예산이 41조 7천억 원에 달하지만, 정책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은 3조 5천억 원, 고작 8.4%에 불과한데요. 나머지 90% 이상은 이미 정해진 규칙과 법적 의무에 따라 쓰여야 하는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이 상황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전체 예산의 49%가 복지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고, 소방 인건비나 시내버스 관련 비용 등 감액이 어려운 의무성 지출이 계속 누적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의 재정 구조는 이미 상당 부분 경직되어 있었고, 추 지사가 물려받은 재정 환경은 한 마디로 숨 쉴 틈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삼중압박에 짓눌린 경기도 재정
문제는 세출 구조만이 아닙니다. 세입 측면에서도 경기도는 취약한 상태인데요. 도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거래가 줄면 세입이 급감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당연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세입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에 경기도가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라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지역내총생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었지만, 법인세는 국세로 귀속되고 도로나 용수 확보 같은 인프라 비용은 경기도가 떠안고 있으니까요. 산업이 키워질수록 오히려 부담만 커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따른 연간 1조 원 이상의 인건비 부담도 덤으로 떠안게 되면서, 재정 압박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세금 더 달라 vs 허리띠 졸라매라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추 지사는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원화와 지방소비세 비율 확대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편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인지방소득세 절반을 경기도가 가져간 뒤 시군에 재배분하는 방안을 다시 꺼내 들었는데요. 물론 이 방안은 10년 전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한 당시 기초단체장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이제는 행정부 수장이 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경기도의 재정난이 제도 탓이 아니라 민주당 도지사 8년간의 무분별한 무상정책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2020년 부동산 호황 때 복지 예산을 대폭 늘렸고, 그 결과 고정성 지출이 누적되었다는 주장인데요. 장 대표는 세금을 더 요구하기 전에 먼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에서는 2025년 9,430억 원의 지방채와 5,588억 원의 기금 이동 내역, 그리고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등 민생 예산이 9개월분만 편성된 구체적인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 위기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정치적 주장보다 객관적인 기록과 자료가 먼저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