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 vs 경영권 방어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마법'을 근절하겠다는 목표로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득한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이번 개정안은 한국 자본시장의 오랜 관행을 뒤흔들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으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
개정안의 골자는 명확합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며, 임직원 보상 등 예외적인 경우에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되, 결국 동일한 소각 의무가 적용됩니다. 위반 시 이사 개인에게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제재 장치도 마련됐습니다.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자사주는 전체 주주들의 자산인데 특정 지배주주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자사주의 법적 성격을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명확히 규정해 담보 활용을 차단하고,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자사주 마법'으로 불리는 각종 편법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재계의 강력한 반발
재계의 우려는 실질적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소버린 사태 때처럼 외국계 투기 자본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들은 자사주가 단순히 지배력 강화 수단이 아니라 주가 안정화, 자금 조달, 전략적 M&A 등 다양한 경영 전략에 활용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장기적인 투자 의욕 저하와 재무 건전성 악화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자기자본이 줄어들면 부채비율이 상승해 기업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개미 투자자들의 기대
반면 소액 주주들을 중심으로는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게시판에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만 약 8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소각이 이뤄질 경우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주주 중심 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미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했고, 2차 개정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만큼, 3차 개정안은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가장 큰 쟁점은 경영권 방어와 주주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입니다. 민주당은 재계의 우려를 일부 수용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후속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남근 의원은 "재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자사주 비중이 60%가 넘는 경우도 흔한데, 이들은 자율적으로 자사주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오히려 해외 투기 자본의 진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새로운 장이 열릴 전망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닌, 기업의 성장과 주주 가치 창출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기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