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을 버티는 준비
일본 정부가 전 국민에게 최소 사흘분의 식량과 물, 위생용품을 비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규모 지진과 화산 분화 때 도로와 통신이 끊겨 구조와 지원이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정부 지원이 닿기 전까지 가정이 스스로 버티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겁니다.
요청의 배경에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수도 직하지진, 일본 해구 인근 거대 지진, 후지산 분화 같은 시나리오가 자리합니다. 새로 출범하는 방재청은 이런 위험을 전제로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국민까지 대비 체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가능하면 일주일분을 권고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영국의 비 레디
영국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각부가 시작한 비 레디 캠페인은 가정이 사흘 동안 자립할 수 있도록 1인당 하루 3리터의 물, 사흘치 식량, 현금, 담요, 구급상자, 손전등과 여분 배터리, 태엽식 라디오 등을 준비하라고 안내합니다. 한꺼번에 사재기하기보다 평소 장을 볼 때 조금씩 보충하라는 당부가 핵심입니다.
영국이 겨냥하는 위협은 기후 재난만이 아닙니다. 폭풍으로 수만 가구가 정전을 겪은 경험이 있었고,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하이브리드전, 주요 기반시설 공격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과거 핵전쟁 대비 캠페인과 달리 지금은 전쟁 공포를 앞세우기보다 일상의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실용적 준비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준비와 불안 사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재난 대응의 무게를 정부에서 가정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의 구조 역량만으로는 모든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다만 비축 물품의 비용과 유통기한, 고령자와 취약계층의 접근성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정부가 불안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준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