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값, 2년 만에 최저
원·엔 환율이 890원대까지 내려앉으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환전 열기가 뜨겁습니다. 2026년 7월 24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5원 선을 기록하며,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요. 이처럼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환전소를 찾는 이들은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받게 되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전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엔저 현상은 일본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외환시장 전체의 복잡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러·엔 환율 역시 163엔대 후반까지 오르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기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460원대까지 하락하며 원화는 엔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동 리스크와 일본 정부의 견제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 보복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이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WTI 역시 93달러 선까지 올랐는데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무역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 매도세가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3일 연속으로 시장 견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7월 24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외환시장에 단호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필요시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일시적으로 164엔에 육박하는 등 엔화 하락 속도를 쉽게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고 추가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화는 엔화와 다른 길
흥미로운 점은 원화가 엔화처럼 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8일 이후 최저인 1,462원대까지 밀렸는데, 이는 최근 원화가 위안화와 움직임을 같이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달러·원과 달러·위안의 상관계수는 0.67로 양의 방향성을 보인 반면, 달러·엔과는 -0.61로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화 강세는 국내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쏟아졌고, SK하이닉스의 ADR 환전 자금 유입도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다만 외환 딜러들은 이런 수급 요인이 약해지면 원화가 다시 글로벌 달러나 엔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 수요는 확실히 늘고 있습니다. 올해 5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상반기 누적 방문객 역시 18% 넘게 늘었는데요. 당장 지갑 부담이 줄어든 만큼 일본 여행의 적기라는 인식이 여행객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엔화 가치가 너무 급락하면 일본 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환율 방향과 일본 정부의 대응책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