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예산 3개월이 사라진 경기도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았습니다. 도교육청 급식비와 노인장기요양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예산 등 주요 민생사업 예산이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경기도는 지방채 9,430억 원을 거의 한도까지 발행하고 기금 5,588억 원까지 일반회계로 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추경이 불가피해졌고, 도는 사실상 재정 비상 상황을 선포했습니다.
이번 위기의 핵심 원인은 취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세입 구조에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던 2022년에는 약 11조 원의 취득세가 걷혔지만, 올해는 8조 원 수준으로 3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관련 취득세 역시 당초 예상보다 4,200억 원이나 적게 들어오면서 세수 결손은 더욱 커졌습니다. 반면 고령인구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면서 복지예산 비중은 전체의 49%까지 늘었고, 향후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부동산 호황에 기대온 세수 구조가 시장 상황이 꺾이자마자 도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민생 공백으로 되돌아온 겁니다.
세원 개편 카드와 시·군의 반발
이러한 상황에서 추미애 경기지사는 업무경비 절감과 일회성 사업 중단, 연구용역 재평가 등 비상조치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삭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도는 세원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현재 시·군에만 귀속되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일부를 경기도가 거두어 첨단산업 인프라 투자 비용을 충당하고 나머지를 재분배하자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추 지사는 반도체 클러스터나 광역철도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주체가 도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세수는 시·군만 가져가는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관련 시·군의 반발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평택시발전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산업 유치를 위한 선행 투자와 지속적인 재정 수요를 외면한 채 세입만 가져가는 것은 재정 책임의 전가이며 균형발전과도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추 지사는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와 상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세원 개편을 둘러싼 도와 시·군 간의 갈등은 단순한 이해충돌을 넘어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거버넌스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투명성과 상생이 동반돼야 할 과제
사실 경기도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전체 예산 41조 7,000억 원 가운데 3조 5,0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9,430억 원의 지방채 세부 사용처와 상환 계획, 기금 복원 방안 등 구체적인 수치와 시간표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도민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도가 남북협력기금 384억 원 중 340억 원까지 통합계정에 예탁할 정도로 무리하게 재원을 동원했다며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상조치와 세원 개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투명한 책임 행정과 지역 간 상생을 위한 세심한 설득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의 재정 위기가 단순한 한 지자체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지방재정 전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누구에게도 희망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