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국 지수, 12년째 넘지 못한 벽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또다시 실패했습니다. MSCI는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는데요. 이로써 한국은 2014년 이후 12년 동안 신흥시장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결정적인 걸림돌은 외환시장 접근성이었습니다. 원화의 역외 결제 불가와 야간 외환시장 유동성 부족이 지적된 것인데요. 글로벌 운용사들이 한국 주식을 거래할 때 환전과 결제가 복잡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편입을 막았습니다.
사실 한국은 코스피 시가총액이 세계 6위권에 들 정도로 시장 규모는 충분합니다. 공매도 규제나 계좌 개설 서류 등의 불편함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꼭혔습니다. MSCI 선진국 지수는 약 16조 5천억 달러의 거대 자금이 추종하는 지수로, 편입이 이루어지면 막대한 해외 자금 유입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화 개방과 환율 안정 사이의 딜레마
정부는 MSCI 편입을 위해 외환 및 자본시장 선진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8대 분야 39개 과제 가운데 25개를 이미 완료했고, 외국인 투자자의 결제 절차 간소화나 해외 거래소의 코스피 선물 거래 시간 제한 폐지 등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건 6월 29일부터 시작되는 24시간 외환시장 시범거래입니다. 이어 7월 6일 본거래에 들어가고, 내년 1월에는 역외 원화결제망 본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 개방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면 원화가 제3국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투기적 거래에 노출될 수 있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활성화보다 외환시장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접근성과 변동성 사이에서 단계적 추진을 선택했는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입니다.
외형 성장 이면의 시장 체력 점검 필요
이번 편입 불발을 계기로 한국 증시의 내실을 다지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과도한 빚투와 고위험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은행도 보고서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등이 하락장에서 환매와 포지션 조정을 동시에 유발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제도적 보완은 필요하지만, 외형적 성장에 비해 증시의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국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외환시장 개방과 더불어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을 때 비로소 가능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단기 성과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견고히 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