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권한으로 번호를 사재기한 공무원들
광주 서구청 차량등록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업무 시스템을 조작해 이른바 '황금 번호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되었습니다. 이들은 2023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 3년 동안 '7777', '1004', '5555' 등 선호도가 높은 번호를 특정 등록대행업체에 몰아줬는데요. 감사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350건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상당히 치밀했습니다. 일반 민원인의 차량에 황금번호를 임의로 등록한 뒤,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경정 등록하는 방식으로 번호를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묶어둔 번호는 무작위 추출이라는 법정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 차량에 직접 입력해서 배정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식의 조작은 일반 시민이 정당한 절차로 번호를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행위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연루된 공무원 14명 가운데 일부는 대행업체 관계자로부터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번호를 빼돌려준 대가성이 의심되는 만큼, 광주 서구는 관련자 10명에게 징계와 행정처분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수입차와 법인 차량에 쏠린 특혜의 실태
이번에 부정 배정된 번호판이 어떤 차에 붙었는지를 보면 사건의 성격이 더 뚜렷해집니다. 해당 번호를 부여받은 차량의 70%가 수입차였고, 법인 차량 비중도 40%에 육박했습니다. 개인이 소비하는 보통 승용차보다는 고가 차량이나 회사 명의 차량에 혜택이 집중된 겁니다.
자동차 번호판은 공공 자산입니다. 특히 기억하기 쉽거나 상징성 있는 번호는 희소성 때문에 시장에서 높은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권한을 남용해 특정 소수에게 기회를 독점시킨 셈이니, 추첨 제도의 근간이 흔들린 것입니다.
물론 등록대행업체 측도 무사하지 않습니다. 일부 업자는 사전에 골드번호 정보를 입수해 사재기한 뒤 고가에 되파는 검은 거래를 해온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공무원과 업자가 서로 공모해 공정성을 해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뚫린 관리 체계와 남은 과제
이번 사건이 3년이나 지속된 데는 관리 체계의 허술함이 컸습니다. 광주 서구 감사담당관도 인정했듯이, 자동차 등록 업무는 실시간으로 통제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담당 팀장에게는 관리 책임을 물어 훈계 처분이 내려졌지만, 조직 전체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서구청은 시스템 취약점 보완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처럼 내부자가 권한을 악용하는 경우는 단순한 규칙 강화만으로는 막기 어렵습니다. 업무 처리 이력을 철저히 남기고,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술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접대와 번호 배정 사이의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사안은 더 무거워질 것입니다. 공직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유사 비리가 생길 틈을 완전히 막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