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 만에 완성된 '돌로 지은 성경'…교황도 축복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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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 전 수정 · 2026년 6월 11일 오전 9:00

발행: 2026년 6월 9일 오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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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한 가운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이 거행되어 144년 만에 외관 정점이 완성되었습니다. 세계 최고 높이 교회로 등극한 이번 완공은 가우디의 자연주의 철학과 현대 기술의 결합을 보여주었으나, 내부 공사와 주변 주택 철거를 둘러싼 지역 갈등 등 남은 과제로 인해 최종 준공은 2034년으로 예상됩니다.

144년 만에 완성된 '돌로 지은 성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착공 144년 만에 외관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6년 6월 10일, 교황 레오 14세가 직접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을 거행했는데요. 이로써 높이 172.5m의 이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로 기록되었습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비롯해 약 8천 명이 현장을 채웠고, 십자가 점등과 함께 펼쳐진 드론 쇼와 불꽃놀이가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기와 맞물려 더욱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가우디는 1883년부터 43년간 이 성당에 몸을 바쳤고, 그 뒤로도 여러 세대에 걸친 건축가와 시민의 헌신이 이어졌는데요. 사실 이 성당은 정부 예산 없이 오로지 기부금과 관광객 입장료만으로 지어졌습니다. 덕분에 1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사가 끊기지 않을 수 있었죠.

자연을 넘지 않는 천재의 신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단순히 높은 탑이 아니라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가우디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간의 건축물이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능가할 수 없다고 믿었는데요. 이 때문에 중앙탑 높이를 인근 몬주익 언덕보다 살짝 낮은 172.5m로 맞췄고, 기둥은 나무와 숲의 형상을 따르게 설계했습니다. 외벽에는 예수의 일생을 조각으로 새겨 넣어 마치 돌로 만든 성경을 만든 셈입니다.

물론 가우디의 꿈을 현실로 옮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남긴 도면 상당수가 내전 때 소실되면서 오랜 시간 미완으로 남아 있었는데요. 다행히 1990년대 이후 3D 모델링과 AI, 드론 등 첨단 기술이 투입되면서 설계를 복원하고 공사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들은 가우디가 생전에도 신기술에 열려 있었을 테니, 그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환호 뒤에 남은 숙제

외관의 핵심 구조는 마무리되었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성은 아직 멀었습니다. 내부 장식과 영광의 파사드 공사가 남아 있어 최종 준공은 2034년쯤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가우디가 설계한 대형 계단과 광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 주택가 철거가 필요해, 현지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임대료 상승과 거주지 상실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죠.

반대로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명소로 자리 잡은 점은 분명한 성과입니다.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만 약 24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요. 사실 화려한 완공 축하 행사 뒤에는 오버투어리즘에 지친 지역 주민들의 원성도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당이 모두에게 평화와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려면, 남은 10년 동안 건축적 완성만큼이나 지역 공존의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