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도전, 꺾이지 않은 의지…휠체어컬링의 값진 은빛 유산

한조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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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2일 오전 8:18

발행: 2026년 3월 11일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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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진·이용석 조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휠체어컬링에 16년 만에 메달을 안겼습니다. 박길우 감독의 선수·지도자 이중 기록과 두 선수의 특별한 유대감이 빛을 발한 결승전은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했지만, 한국 패럴림픽 믹스더블 사상 첫 메달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감동을 안긴 16년 만의 도전

한국 휠체어컬링이 16년 만에 패럴림픽 시상대에 다시 섰습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믹스더블에서 백혜진(32)·이용석(33) 조가 중국과의 접전 끝에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이 메달은 단순히 색깔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혼성단체 은메달 이후 한국 휠체어컬링이 겪었던 긴 침묵을 깬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믹스더블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에서 한국 패럴림픽 역사에 첫 메달을 새겼다는 점에서 그 무게는 더욱 큽니다.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치열했습니다. 초반 1, 3엔드에서만 5점을 내주며 큰 불리함을 안고 시작했지만, 두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7엔드에서 3점을 단번에 따내며 6-7로 추격했고, 8엔드에서 극적인 1점 스틸에 성공해 동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샷이 계획보다 조금 더 나가면서 7-9로 패배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막판까지 숨 막히는 승부를 펼쳤지만, 금메달까지는 한 걸음이 부족했던 겁니다.

선수에서 지도자까지, 이어진 은빛 기록

이번 메달에는 또 다른 특별한 기록이 함께합니다. 박길우 감독이 선수로서 2010년 밴쿠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16년 만에 지도자로서 다시 은메달을 이끌어낸 것이죠. 그는 선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자들을 이끌며 ‘기록의 대물림’을 완성했습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단 1%의 운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평가하며 아쉬움을 감췄지만, 동시에 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오랜 공백기를 겪은 팀에 확고한 믿음과 팀워크를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두 선수의 관계도 이번 성공의 큰 축을 이룹니다. 백혜진과 이용석은 서로를 ‘정신적 지주’이자 ‘친동생 같은 존재’로 여기며 남매 같은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데요. 이용석 선수는 “누나의 침착함이 자신을 안정시킨다”고 말할 정도로 서로의 장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경기 전 항상 “잘 할 수 있어”라고 서로를 격려하는 이들의 모습은 단순한 스포츠 파트너십을 넘어선 깊은 신뢰를 보여줍니다. 이런 인간적 유대감이 경기장에서의 강철 같은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아픔을 딛고 써 내려간 새로운 역사

두 선수 각자의 여정도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백혜진 선수는 2022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단단해져 이번 대회에 임했고, 그 결과 값진 은메달로 보답했습니다. 이용석 선수는 해병대 복무 중 사고를 당한 후 컬링을 시작해 불과 8년 만에 패럴림픽 국가대표가 되었고,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바로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의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대 정신이 경기 내내 배어났습니다.

이번 성과는 한국 패럴림픽 선수단 전체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이 메달로 대회 총 5개 메달(금1, 은3, 동1)을 확보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갈아치우는 중입니다. 휠체어컬링 팀의 활약은 남은 종목의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죠. 비록 금메달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백혜진과 이용석은 이미 한국 휠체어컬링의 새로운 역사를 썼고, 그들이 열어준 길 위에서 후배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두 선수는 이번 은메달을 발판 삼아 다음 대회에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혼성 4인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16년의 기다림을 끝낸 은빛 유산은 이제 미래를 향한 확고한 디딤돌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