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황과 혁신의 간극
K방산 업계는 최근 수출 호황으로 떠들썩한데요.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에 빠르게 도입하겠다는 '신속시범사업' 제도 내부에서 뚜렷한 딜레마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오는 16일 열리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시대포럼에서는 AI, 드론, 우주 기술 등 미래 트렌드가 주된 화두지만, 현장에서는 이렇게 진보한 기술을 실제로 접목하는 과정 자체에 높은 장벽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마디로, 비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상황이죠.
신속시범사업은 본래 평균 14년이 넘게 걸리는 기존 무기 획득 절차의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민간의 혁신 기술을 전장에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미국 DARPA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모았죠.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업의 선정 과제 상당수가 기술력이 낮은 재래식 무기의 단순 개조 수준에 머무르거나, 기존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우회하는 '신분 세탁'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변질된 '그들만의 리그'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이 대기업 위주로 독점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선정된 과제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갔는데, 이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의 진입을 돕겠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제안서 평가 기준이 방위사업 분야의 기 참여 실적이나 시설, 보안 등 기존 방산기업에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어, 기술은 있지만 실적이 없는 민간 강소기업들은 사실상 참여의 문턱을 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진정한 혁신 기술의 유입 경로가 막히고 말았죠.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속시범사업의 예산 규모는 2022년 459억 원에서 2025년에는 98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어요. 4년간 총 2519억 원이라는 혈세가 투입되었지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선정 과제 중 상식을 파괴할 정도의 혁신적이지 않은 재래식 무기 관련 사업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신기술 도입보다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예산이 사용될 위험성을 시사합니다.
포럼의 쟁점과 해법 모색
이런 맥락에서 보면, 16일 열리는 시대포럼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포럼에서는 KAIST 전문가들을 비롯해 DARPA의 혁신 사례를 분석하며 K방산의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요. 기술 논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낼 제도와 생태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첨단 기술 논의와 병행되어, 혁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장을 마련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때입니다.
전문가들은 군에 존재하는 높은 문턱을 낮추고, 시범 사업 이후 실제 양산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방위사업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민간의 살아있는 기술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면, AI와 드론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논의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죠. K방산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비전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냉정한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