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바뀐 교육재정, 미래대응기금으로 이어지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54년 동안 유지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지 않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새로 마련됐는데요. 다만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와 무관한 고정 비용과 AI·디지털 교육 수요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산식을 들어 나름의 안전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년도 교부금에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2028년부터 교부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단계적 증액을 예상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 계정으로 운용될 예정입니다. 다만 기존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등과의 관계 정립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반도체 의존과 '쌈짓돈' 우려, 저수지 논란
이번 개편의 핵심인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세수를 적립해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하는 플랫폼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 여유 재원을 쌓아두고 어려울 때 쓰는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한다는 취지인데요. 정부는 3년에서 5년 주기의 반도체 업황 사이클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변하더라도 추가세수가 다시 쌓이도록 조치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재원의 상당 부분이 특정 산업에 기대고 있어 업황이 꺾이면 기금 고갈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의 통제를 벗어난 운용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금운용계획의 20~30% 범위 내 지출을 국회 변경안 제출 없이 집행할 수 있어, 사실상 동의 없는 상시 추경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야당에서는 이를 '정부 쌈짓돈'으로 규정하며 재정 통제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채 상환과 전략 투자 사이, 어디에 먼저 쓸까
기금 도입을 두고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입장과 미래 투자를 우선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2025회계연도 기준 국가채무가 1,304조 원을 넘고 채무 비율도 49%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세수로 이자 부담을 먼저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거세게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AI 대전환 등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결정적 시기라며, 단순 상환보다 전략적 투자가 장기적으로 더 큰 세입 증대로 이어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수가 호황기에 쌓인 돈을 지금 쓸 것인가, 미래 부담을 덜어낼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저축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기금 적립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으니, 국회에서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