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모습이 갈렸다, 2000조 뒤쫓음 싸움
SK하이닉스가 지난 19일 장중 시가총액 2000조 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뒤쫓았습니다. 양사 시가총액 차이는 120조 원 안팎으로 줄어들었고, 이들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은 52%에 달했습니다. 이런 추격이 가능했던 건 바로 AI 반도체 혜택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받느냐를 가늠하는 이른바 AI 관련 모습의 차이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에 집중한 구조 덕분에 HBM 좋은 시장 상황을 실적에 즉각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의 손실이 기업 가치 상승을 누르는 형국입니다. 특히 파운드리 점유율이 TSMC 대비 6.5%에 그치고 수익으로 바뀌는 시점도 2028년으로 미뤄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1500조 원 메모리 시장과 서버 중심 모습 변화
올해 전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는 약 1500조 원으로 전년보다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메모리 매출 가운데 서버용 제품 몫이 37%에서 56%로 크게 늘어난 것은 시장의 모습 자체가 AI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이 제공량이 모자라면서 일부 범용 D램 가격까지 HBM을 넘어서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슈퍼사이클이 진행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4E 12단 샘플을 공급하며 전력 효율과 열 저항을 개선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제품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업 다각화가 오히려 AI 상승기에 실적 증가폭을 제한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사이클 두려움에 갇힌 주식 가격과 엇갈린 내다보는 바
재미있는 점은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주식 가격 대비 수익 비율은 여전히 낮다는 겁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PER은 각각 6.5배 수준에 머물렀고, 이는 S&P 500 평균 20.3배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투자자들이 과거 메모리 분야의 갑자기 찾아오는 좋은 시기와 어려운 시기 반복을 경험한 사이클 두려움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죠. 물론 AI 수요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이크론의 경우 주당순이익이 756%나 늘었음에도 PER은 9배에 그쳤고, 삼성전자 역시 EPS가 500%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집중 구조는 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실적 흔들림이 크다는 특성이 있어 투자자들의 조심스러운 자세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한편 증권가는 양사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88조 3천억 원과 64조 3천억 원으로 짐작하며 모두 합치면 150조 원을 넘어서는 역대 가장 큰 실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