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또 쓴 역대 최고 기록
7월 들어서도 한국 수출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7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29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9% 늘며 역대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인 6월 초순에 세웠던 286억 달러 기록을 가뿐히 넘어선 건데요. 이런 흐름이라면 월간 수출 1000억 달러 시대가 일회성이 아니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성적의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입니다. 7월 초순 반도체 수출은 112억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보다 193% 폭증했고,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치입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37.6%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1년 전보다 17.8%포인트나 높아진 수치입니다. AI 서버용 메모리와 고성능 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단순히 물량뿐 아니라 가격 상승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입니다.
AI 서버 수요가 불러온 초호황
상반기 실적을 보면 반도체의 위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ICT 수출액은 2538억 달러에 달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0.5% 증가한 규모입니다. 특히 전체 산업 수출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 51.1%를 기록했는데, 이는 반도체가 우리 수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덕분에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커졌습니다. 7월 초순 수입은 235억 달러로 17.4% 늘었지만, 수출 증가 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무역수지는 6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ICT 무역수지만 보더라도 1606억 달러 흑자를 내며 2018년 최고 기록을 500억 달러 가까이 넘어섰습니다. 품목별로는 컴퓨터 주변기기가 208.1%, 무선통신기기가 92.4%, 선박이 75.1% 증가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자동차 부품은 11.7% 감소했는데,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와 현지 부품 조달 증가, 그리고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한 성적표 뒤에 남은 과제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구조적 과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반도체 장비업계의 소외입니다. 상반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이 43% 이상 급증하면서, 국내 설비 투자 확대가 정작 국내 장비업체 수주로 이어지지 않고 해외 업체들의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도체 호황이 국내 전 산업에 골고루 퍼지지 않고 메모리 중심의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가격이나 수요 변동 시 전체 수출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의존도 리스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800조 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확대해 AI와 반도체, 로봇 등 미래 전략 분야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AI 인프라 투자로 인한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도 이제 공연이 아닌 현실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 품목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완화하고, 장비와 소재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