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명이 찾은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뒤 남긴 질문들

K조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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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전 수정 · 2026년 6월 28일 오후 9:17

발행: 2026년 6월 27일 오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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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약 15만 명을 끌어모으며 폐막했다. '텍스트힙' 열풍 속에 2030 여성층이 대거 몰렸고 굿즈와 체험형 부스가 화제를 모았지만, 2024년 운영법인 주식회사 전환 이후 상업화 논란과 공공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성인 종합독서율 38.5%, 종이책 독서율 28.8%라는 저조한 수치와 출판 시장 매출 감소라는 현실은 흥행 열기와 괴리를 보였고, 독립·중소 출판사들은 대안 도서전을 열며 공공성 회복을 모색했다. AI 시대 인간다움을 묻는 대담과 독서-러닝 결합 캠페인 등 새로운 시도도 이뤄졌다.

흥행의 현장, 텍스트힙이 키운 파열음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24일부터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려 약 15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폐막했습니다.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라는 주제 아래 AI 시대의 인간 가치를 조명한 이번 행사에는 18개국 538개 출판사가 참여해 415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준비된 15만 장의 티켓이 대부분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30 여성층의 폭발적인 관심입니다. 책과 독서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즐기는 '텍스트힙(Text-hip)' 열풍이 반영된 결과인데요. 출판사들은 체육관, 빵집, 레스토랑, 심지어 가구 브랜드까지 동원해 이색 콘셉트의 체험형 부스를 쏟아냈습니다. 일룸은 '머무는 독서'를 주제로 라운지를 꾸렸고, 김영사는 '독서도 운동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짐영사(GYMYOUNGSA)' 부스를 열었습니다. 어크로스는 교양서를 빵에 비유한 베이커리 콘셉트, 보림출판사는 셰프가 책을 추천하는 '북 오마카세'를 구현하며 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한정판 도서와 굿즈는 행사 초반부터 줄줄이 품절되었고, 중앙일보의 신문 1면 포토부스만 약 2만 명이 찾을 정도로 체험 공간이 핵심 동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빛과 그림자, 상업화 논란과 독서율의 낙수효과

성황리 속에 개최된만큼 아쉬운 목소리도 분명했습니다. 출판계 내부에서는 굿즈 중심의 '오픈런' 문화로 책을 차분히 살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고, 문학 분야보다 사회과학 분야의 매출 한계를 언급하는 현장의 고민도 전해졌습니다. 사실 이번 도서전은 2024년 운영 법인이 주식회사로 전환된 뒤 첫 대규모 행사였습니다. 작가노동조합과 출판인 모임은 공공성의 상실을 우려하며 자본 논리에 따른 중소 출판사 배제와 사유화 의혹을 제기했고, 일부 관람객도 책과 무관한 식품 부스가 성업하는 모습을 보며 상업화 흐름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그 너머에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 대비 4.5%포인트 떨어졌고, 종이책 독서율은 28.8%에 불과합니다. 1994년 첫 조사 당시 86.8%였던 수치와 비교하면 무려 60%포인트 가까이 추락한 셈입니다. '2025년 출판시장 통계'에서도 주요 72개 출판 기업의 총 매출액은 4조 8,5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고, 영업이익은 13.4% 감소한 1,37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일시적 열기가 사라진 뒤 업계 전반의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즉 화려한 전시장을 가득 채운 흥행 에너지가 실제 독서율과 출판 시장으로 직결되지 못하는 괴리가 존재합니다.

대안의 모색, 책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

이런 흐름에 맞서 독립·중소 출판사들은 움직였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상업화에 반발해 참여하지 않은 이들은 을지로 일대에서 '서울자체도서전'을, 용산구 노들섬에서는 '서울제대로도서전'을 각각 열었습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아동·청소년 도서 부스를 다수 배치하고 작가와 독자가 여유롭게 소통하는 환경을 조성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강경희 문학평론가는 이 같은 시도가 출판사와 독자가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도서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열린 배우 김신록과 뇌과학자 장동선의 대담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두 사람은 '인간과 인공지능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놓고, AI가 사용자에게 거울처럼 작동해 '더블 나르시시스트'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인간만이 지닌 질문하는 능력의 본질을 짚었습니다. 글자 수를 달리기 거리로 환산해 책 읽기를 운동과 결합한 예스24의 '리딩런 2026' 캠페인에는 한 달간 약 18,782명이 참여해 누적 1만 6,872.8km를 완주하는 등 새로운 독서 경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이처럼 도서전은 책과 삶의 접점을 다시 정의하려는 다양한 실험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주최 측은 내년 행사 규모를 30%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흥행의 열기를 실독서율 회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열린 과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