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든 회담 카드
국방부가 10월 23일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명의 담화의 핵심은 세 가지인데요. 지상 군사분계선(MDL)의 정확한 위치를 상호 확인하고, 끊긴 군 통신선을 복원하고, 접경지역 우발 충돌을 막는 방안을 협의하자는 겁니다. 필요하면 유엔군사령부가 참여하는 3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열어뒀습니다.
배경에는 9월 21일 사고가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 지뢰가 터져 장병 3명이 다쳤고, 조사 결과 북측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로 판단됐습니다. 국방부는 이 상황을 방치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충돌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같은 제안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지만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숫자로 드러난 인식 차이
뿌리는 MDL을 어디로 보느냐입니다. 우리 군은 2004년 미국 국가지리정보국이 만든 지도상 좌표를, 유엔군사령부는 2016년 자체 프로젝트 좌표를 씁니다. 북한은 표지판을 연결한 선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가 겹쳤습니다. 2024년 4월부터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세우고 지뢰를 대규모로 매설했는데, 규모는 96만 발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서로 다른 지도를 들고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셈이니, 우발 충돌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엇갈리는 시선, 남은 변수
정치권 온도차도 뚜렷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북한이 지뢰 도발을 사과하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이번 제안을 '대북 구걸 회담'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지 않고 국방부를 통해 발표한 점도 눈에 띕니다.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평화 관리'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기조가 강조됐는데요. 대화 성사가 불투명한 만큼 군사당국 간 협의라는 사안 성격을 살린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유지하는 한 회담에 나서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요새화 마무리를 위해선 접경지역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2015년 8·25 합의처럼 유엔사를 통한 3자 접촉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